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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유게시판 밀린 월세
2015-05-22 08:54:36
여름 조회수 337
밀린 월세


오늘도 주인집 불이 꺼지는 것을 본 후에야 집으로 들어갑니다.
월세를 못 낸지 벌써 두 달째.

4년간 이 집에 살면서 단 한 번도 월세를 밀려본 적이 없었는데,
실직은 저를 이렇게도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.

두 달 전 일하던 동물병원 원장님이
어느날 저를 불렀습니다.

"미안한데 말이야. 여기서 일하기엔 나이가 좀..."

서비스업종에 일하려면 친절함이 우선이지
나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.
그런데 제 생각이 틀렸나봅니다.

어떤 직장에선 다른 어떤 것보다
젊고 예쁜 여성이 채용의 기준인가 봅니다.

그 동안 월급도 많지 않았고,
한 달 벌어 한 달을 겨우 살았기 때문에
실직 후 월세는커녕 당장 끼니를 해결하기도 힘들었습니다.
저에겐 눈물을 흘리는 것도 사치였습니다.

서울에서 직장 생활 잘하고 있는 걸로 알고 계신
부모님께 손을 벌려 실망시켜 드리기도 싫었습니다.
그래서 두 달째 집주인을 피해 도둑고양이처럼 살고 있었습니다.

며칠 전 겨우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,
월급을 받으려면 한 달이나 남았으니
이 짓을 한 달은 더해야 하는데
어떤 집주인이 가만히 있을까 싶었습니다.




똑똑똑!

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.
없는 척 하기엔 이미 늦었고, 전 조심스레 문을 열었습니다.
역시나 집주인 어르신이었습니다.

"불이 켜져 있길래 왔어요."

잔뜩 긴장해서 어르신 앞에 서있는데
손에 들린 김치를 내미셨습니다.

"반찬이 남았길래 가져왔어요."

제가 오해할까 봐 오히려 조심스러워하는
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.
그제서야 그 동안의 사정을 말씀 드리고
고개 숙여 진심 어린 사과를 했습니다.

"그런 것 같았어
요즘 집에 계속 있길래 뭔 일이 생겼구나 했거든.
걱정 말아요. 지금까지 살면서 월세 한 번 안 밀렸는데
내가 그렇게 박한 사람은 아니우."

환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가시는 그 모습이
어찌나 크게 느껴지던지..

그런 어르신 덕분일까요?
전 직장보다 좋은 조건의 직장을 구해서
지금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습니다.
월세도 꼬박꼬박 내고 있고요.
어르신의 그 따뜻한 마음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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요즘 같은 세상에 가족도 아닌 타인을 믿는 다는 건,
정말 힘든 일이 되어버렸습니다.

내가 먼저 믿어주지 못한다면,
상대방도 나를 믿어주지 못할 것입니다.

악순환이 되겠지요.
작은 믿음부터 실천해 보세요.
언젠가 큰 믿음이 되어 당신의 인생에 행운으로 돌아올지도 모릅니다.